작년 수출 30% 책임 차·반도체도 '관세 위협'…부과 땐 수출 영향 불가피
정부, 무역금융 6조 확대 등 기업 최소화 추진
트럼프 관세 (CG)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2기를 맞아 '관세 전쟁' 전선을 무차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한국의 양대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와 자동차에까지 무거운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정부가 제시한 수출 목표인 7천억달러 달성은 올해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한국무역협회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수출은 6천838억달러로, 전년보다 8.2%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비록 지난해 초 목표로 내세웠던 '수출 7천억달러' 달성에는 못 미쳤지만, 내수, 투자, 환율 등 대부분 경제지표가 부진을 면치 못한 상황에서 수출은 한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특히 수출을 견인한 것은 반도체와 자동차로, 이들 2개 품목은 전체 수출의 30%를 담당했다.
반도체는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인 1천419억달러를 기록하며 전체 수출의 20% 이상을 책임졌고, 고부가가치 제품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DDR5 등을 중심으로 연말까지 수출을 확대하면서 올해 전망을 밝게 했다.
경기도 평택항에 세워져 있는 수출용 차량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자동차 역시 세계적인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속에서도 미국 시장 등에서 선전하며 2년 연속 700억달러 이상을 달성하며 전체 수출의 10% 이상을 담당했다.
선박(256억달러·전년보다 18%↑), 석유화학(480억달러·5%↑), 바이오헬스(151억달러·13.1%↑), 농수산식품(117억달러·7.6%↑), 화장품(102억달러·20.6%↑) 등 제품도 골고루 선전하며 수출 증가에 기여했다.
이 같은 수출 실적에 힘입어 한국은 지난해 518억달러의 무역 흑자를 거두며 2018년 이후 6년 만에 최대 흑자 기록을 썼다.
정부는 올해도 수출 증가세가 이어져 수출이 한국 경제를 이끌 것으로 기대하면서 지난해 이루지 못한 '수출 7천억달러'를 달성하겠다고 결의를 다진 상황이다.
그러나 연초부터 우려했던 트럼프 발(發) '관세 폭탄'이 현실화하면서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이후 한국의 수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치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철강·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 이어 비관세 장벽을 고려한 '상호 관세', 4월 2일 자동차에 대한 관세 발표 예고 등 '관세 폭탄'을 경쟁국과 동맹국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던지고 있다.
당장 대미 수출용 철강에 25%의 관세가 붙으면 가격 경쟁력이 약해져 수출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 철강과 알루미늄을 쓰는 자동차, 가전 등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자동차와 반도체는 지난해 대미 수출에서 35%를 차지하는 한국 수출의 두 축으로, 관세가 실제로 부과된다면 가격 경쟁력 약화로 미국 시장 판매가 감소할 우려가 있다.
트럼프 관세 예찬 (PG)
[정연주 제작] 일러스트
트럼프 대통령이 4월까지 검토한 뒤 부과하겠다고 밝힌 '상호 관세'도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지 미지수다.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상호 관세 표적에서 빗겨 난 게 아니냐는 기대가 있었지만, 미국의 8번째 무역 적자국인 한국에 대해서도 비관세 장벽 등을 이유로 관세 부과를 검토할 것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도체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의약품 등과 함께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이라고 언급해 수출에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국책·민간 연구기관들은 한국의 올해 수출이 작년보다 2% 내외로 증가하면서 7천억달러 돌파가 가능하다고 전망하면서도 '트럼프 리스크'로 인한 영향을 크게 우려했다.
산업연구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는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은 8.4∼14.0%(약 55억∼93억달러) 감소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 경제전망에서 "트럼프 2기의 관세 인상이 빠르게 진행된다면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크고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이날 관계부처 합동으로 '범부처 비상 수출 대책'을 발표한 것도 미국의 관세 조치 등으로 인해 우리 수출 동력이 약화할 가능성을 우려해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관세로 인한 피해에 긴급 대응하기 위한 '관세 대응 패키지', 역대 최대 무역금융 지원, 수출 시장 다변화, 수출기업 애로 해소 등을 대책으로 내놨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의 관세 정책은 4월 1일까지는 연구조사와 내부 정책 권고 등이 이어지며 다소 모호하게 갈 가능성이 높다"며 "이후에도 그대로 시행되기 보다 협상 여지를 갖고 움직일 가능성이 있는 만큼 한국에 대한 정책이 나오기 전에 경쟁국에 비해 특별히 불리한 방향으로 확정되지 않도록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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