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힘든일이 많았습니다
가족이 처절하게 아프고
(아들이 어제 여섯번째 개두술을 했습니다)
직장에서는 말도 안되는 일이 발생했고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정신과라는 곳을 태어나서 처음 가보았는데
약을 먹으면 헌혈을 할 수 없다고해서
올해 초 맹세한 24회를 위해 약도 못먹고
악으로 깡으로 헌혈해서 23회 채웠네요
다민이가 어른이 되어서
2022년 아빠가 보배에 남긴
발자취를 찾아보기를 바래봅니다
내년 24회 목표 달성과
세상에 모든 아픈 아가들이
완쾌되기를 기도해봅니다
인증
신은 없다. 이런 크리스마스가 또 있을까. 악몽이 다시 시작된다. 3년간 할 수 있는 모든 치료를 종결한 상태에서 한달전 MRI에 종양이 다시 보여 다섯번째 개두술을 했다. 가족들의 무너져내린 가슴과 다민이의 열었던 머리 상처가 채 아물지도 않았는데 한달만에 다시 종양이 또 보인다. 지금 내 마음은 참담하지 못해 죽음을 생각한다. 살면서 속쓰린 일들은 참 많았다. 삼수 끝에 교대에 들어가서는 내 세상이 펼쳐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대학 생활은 기대와 달랐다. 되돌아 생각해보니 주위엔 온통 엘리트들뿐이었다. 다행히 동기 형님들 덕분에 잘 버텼고 졸업까지했다. 군생활도 힘들었지만 배울점이 많았던 선후임 카투사들 덕분에 무사히 전역했다. 하지만 임용고사에 떨어졌다. 운좋게도 너무나 가고싶었던 이멀젼 사립학교에 붙었지만 근무해보니 불운이었고 지옥이었다. 결국 임용고사에 목숨을 걸었다. 나이 서른에 임용이 되었다. 착하고 예쁜 아내도 임용에 붙게해서 탈출시키고 AK백화점 옥상에서 프로포즈를 했다. 사랑스러운 다인이 다민이를 낳았다. 신행 몰디브 가족과 다시 한 번 꼭 가고 싶었는데 끝이 보이지 않는 악마의 병은 우리 가족을 계속 괴롭힌다. 사립학교와는 또 다르지만 공립학교도 만만치 않았고 사람귀신들은 어디서나 존재했다. 윗대가리들 종특일까 언제나 꼬인 일들을 더 꼬이게만 만들었고 동료인줄 알았던 사람들은 진실을 외면한채 소름끼치는 침묵과 외면으로 일관한다. 방사선 항암 조혈모세포이식 등 아이의 투병만큼은 아니었지만 억울하고 속상한 일들은 계속 발생했다. 돌아이세입자 자식말만 믿는 학부모 동료의 사망 학생의 사망 정점을 찍은 엘리트들 밀정 친구들의 배신 그러나 결국 억울할 것도 속상할 것도 없었다. 이젠 정말 아이를 잃을 수도 있다는 공포앞에 억울함과 고통은 사치였다. 다민이가 아픈 이후 내 왼편에 친구가 하나 생겼다. 듣기만 했었던 우울이라는 친구. 오른손으로 내 왼손을 꼬옥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잠잘때도 밥먹을때도 즐겁기 위해 노력할때도 언제나 내 왼손을 꽉 쥐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엘리트들 사건 이후로 우울이라는 친구 왼편에 또 다른 친구가 하나 생겼다. 더 더 나중에 만날줄 알았던 죽음이라는 친구. 오른손으로 우울의 왼손을 꼬옥 잡고 지긋이 날 쳐다본다. 내 오른손을 꼬옥 잡은 다민이가 자기 왼팔을 세게 흔든다. 내 오른팔이 흔들리며 정신이 훅 든다. 죽음은 남은 왼손으로 다민이의 오른손을 잡으려고 한다. 다민이는 아빠 등 뒤로 올라가 목 위까지 기어올라 도망친다. 목마를 타서 아빠 눈을 조막만한 두 손으로 가린다. 죽음이 내 오른손을 덥석 잡고 나에게 인사를 하려한다. 다민이는 고개를 숙여 내 입을 한쪽 손으로 막는다. 나머지 한 팔로는 내 두 눈을 가린다. 다민이 안쪽 허벅지를 한쪽 볼로 부빈다. 아이의 살 냄새를 맡는다. 완치되서 건강하게 잘 살아다오. 사랑한다 우리 가족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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