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페롱메냐 입니다.
최근 재미있는 데일리겸 새로운 사연있는 자동차를 가져오게 되어서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때는 2022년 10월 말... 2019년에 구매한 클럽맨이 사망하게 됩니다. BMW와 푸조에서 공용으로 사용하던 N12 엔진의 고질적인 문제, 타이밍 체인이 터져버린 것이죠... 그간 여러 가지 고질적인 문제가 있었지만 주차장에서 꾸역꾸역 고쳐가면서 탔었습니다. 하지만 타이밍 체인은 전문적인 지식과 장비가 필요했고, 독일의 무시무시한 인건비는 300만 원이 넘는 작업 비용을 요구했고...
사실 2019년도에 잠시 타다가 2020년 말쯤 다른 차량으로 넘어가려 했는데, 그놈의 코로나 때문에 어쩌다 보니 계속 타게 되었고, 정도 들었지만 결국엔 보내주게 되었습니다. 200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작은 시골의 정비사가 본인의 여자친구에게 고쳐서 줄 거라면서 500만 원 정도 주고 사 갔습니다.
처음 F56 미니쿠퍼 ONE 15년식으로 미니세계에 입문한 다음 갑자기 2010년형 R55 모델로 다운그레이드를 해서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많았지만, 그래도 R세대의 귀여운 디자인과 클럽맨만의 여러 가지 특이한 방식이 너무 매력적이었죠. 나름 영국차를 탄다고 영국까지 배 타고 넘어가서 로드트립도 하고, 스위스, 이탈리아, 프랑스 여기저기를 넘어다니며 재미있게 놀았던 대학 시절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준 차량이었습니다. 보낼 때 고장 난 차량을 파는 거라서 마음이 편안했지만, 지나온 추억들이 너무 소중했어서 많이 울컥했습니다.
결국 2년 반 이상을 뚜벅이가 아닌 뚜벅이처럼 지냈습니다. 대학시절에는 자유롭게 차량을 타고다니며 다녔다면 이제는 대도시에서 정시에 출근하고 퇴근하는 직장인이 되어버려서 사실 대중교통이 더 편하기도 합니다.
물론 차고에는 에스페로와 미아타 두 대가 자리잡고 있었지만, 이놈들은 데일리로 사용하려는 차량들이 아니라 날 좋은 날 뚜껑 열고 잠시 마실 나가는 미아타, 그리고 한국이 그리울 때 인디언 인형처럼 이나 서태지 노래 틀어두고 90년대 청년이 되어보는 시간이 되는 거죠. 나이와 맞지 않게 오래된 것을 좋아합니다. ㅋㅋ
그리고 장거리 주행이나 다른 목적으로 차량이 필요할 때는 회사 차량을 빌리는데, BMW의 모든 최신형 차량들, 심지어 출시직전에 차량들을 몰아볼 수 있어서 주말에 차량을 가져가 가능한 모든 스트레스를 풀어버립니다. ㅋㅋㅋ M340, M440 같은 걸 빌려서 아우토반에서 250km로 질주해보기도 하고, 7시리즈 디젤 신형을 가지고 어디까지 멀리 갈 수 있나 하고 장거리도 가보곤 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내 소유의 차량이 아니니까 정말 급하게 필요할 때는 에스페로를 타고 나가는데, 한겨울에 눈 쌓인 길을 가는 덴 정말 무섭더군요. ㅠㅠ 옛날에 클럽맨 가지고 당장 스위스로 떠날 거야 하고 차를 막 타고 나갔었는데, 이 30년이상된 노장들과는 그런 즉흥적인 즐거움을 느낄 수도 없고... 아우토반에서 너무 느려서 옆에서 차들이 휙휙 지나가고... 잔고장들도 종종 나오고 에스페로는 종종 시동도 안 걸리구요... (센서 같은 소소한 문제이긴 합니다.)
그러다 문득 대학 시절 드림카가 생각났습니다.
때는 2015년 여름.... 갓 군대 제대하고 독일로 넘어와서 유럽 일주 중인 친구들을 만나려고 버스티켓 하나 겨우겨우 예매해서 6시간 버스타고 뮌헨의 BMW 박물관(BMW WELT)에 도착해서 그곳에 전시되어 있던 컨트리맨 JCW 후기형을 보게 됩니다. 저는 한국에서 늘 둥글둥글하고 귀염뽀짝한 컨트리맨만 봐왔었는데, 멋진 에어로 바디킷에 검정색과 빨간색으로 디테일이 더해진 컨트리맨은 처음 봤었습니다. "야, 여기서 사진 한 장 찍어줘." 하고 사진을 찍었었는데, 수년간 잊고 지내다가 얼마 전 구글 드라이브를 정리하다가 사진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2019년, 저 위에 올려둔 클럽맨을 사고 열심히 학교 다니며 일할 때 머릿속에서는 "내년엔 꼭 컨트리맨 JCW 옵션 다 들어간 차량으로 사자!" 하고 거울에 포스트잇으로 붙여두기도 했죠. 물론 2020년에 그렇게 코로나가 터질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ㅎㅎㅎ;;;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고 회사에 들어가고 에스페로와 미아타로 대충 살아가며 데일리를 뭐 살까 계속 고민하며, 원래는 신형 클럽맨 JCW로 직원 할인받고 넘어가서 그거 타고 다닐까... 하는 게 저의 생각이었습니다만... 2023년 말에 4만5천 유로 (6,700만 원)였던 차량이 작년 말에는 3만5천 유로 (5,200만 원)가 되어있고.... 만약에 23년 말에 샀으면 거의 천오백만 원이 공중분해 되었다는 사실이 충격이더군요... ㅠㅠ
그리고 취미가 독일 중고차웹사이트 뒤적거리면서 자동차보는거라서 오늘도 하염없이 중고차 사이트를 보는데...
딱 요녀석이 올라옵니다!
어! 블랙베젤에 검정색링이면 최 후기형인데? 휠도 19인치 그 휠이네??!!! 오오 가격도 17500유로(2600만원정도)네?
1대주인이네?! 보통 비슷한 옵션과 상태의 차량은 18000유로 2700만원 선입니다.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인데다 저의 학생시절 사연을 메일로 적어서 판매자에게 전송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날밤 모르는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여보세요?
-어 난데유
누구요?
-아 그 차 파는 사람인데유 그 궁금한거 있으면 물어보시고 관심있으면 보러와유
이것저것 물어본 다음, 혹시...차 그릴에 빨간색 라인은 래핑한건가요?
-아 그거유 내가 깔끔한게 좋아서유 전문업체에다가 도색해달라고 했슈..
아....그렇군요 (사실 검빨 디테일 좋아함....빨간지붕 갖고싶었는데 ㅠㅠ)
자기는 개인대 개인으로 처음 중고차를 팔아본다며...구수하게 사투리로 이것저것 답변해주고 그주 일요일에 차량을 보러갑니다....
차량 상태는 새차마냥 깔끔했고 휠 약간 긁힌것들은 저도 그럴 것같아서 이해가 되는부분이었고....조건도 너무너무 만족스러웠습니다.
제가 F시리즈 신형을 마다하고 굳이구형의 R 시리즈 R60을 구매한다면 반드시 갖춰야 할 조건들이 있었습니다.
1. 디스플레이 화면이 있어야 할 것 : 무선 카플레이 모듈을 설치해서 순정화면을 응용하려 함.
2. JCW 모델일 것 : 스포츠한 드라이빙을 좋아합니다 ㅎㅎ
3. 수동 변속기일 것 : 위와 같은 이유
4. 꼭 JCW 19인치 순정 휠이 장착되어 있을 것 : R60 JCW 특유의 그휠....젠쿱 순정휠만큼이나 너무 예쁜 휠이죠 ㅎㅎ
5. 주행거리는 10만 km 이하일 것 : 종종 거의 안탄3만km 7만 Km대도 올라오는데 너무 멀어서 보러가기도 힘들고 그래서 결국엔 9만대로 찾았습니다.
6. 최후기형 N18 엔진(2016년형 페이스리프트)일 것 : 기존 클럽맨을 타면서 가지고있었던 냉각수와 고질적인 문제, 최악의 타이밍체인 문제를 개선함과 동시에 유럽 환경규제 유로6조건을 다 갖춘 최후기형 R시리즈라 이전세대를 구매하는 것보다 훨씬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덜할 것이고 마찬가지로 디자인역시 블랙베젤에 가장 정돈된 디자인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R60모델 뒷모습인데요, 약간 멍청하게 생긴 리어램프는 제외하고 전 주인이 깔끔한걸 좋아해서 트렁크 손잡이가 있는 미니 로고 외에 아무런 엠블럼, 디테일 없이 깔끔한 면으로 정리되어 있고, 번호판 같은 디테일들은 아래쪽으로 내려서 지금 봐도 가장 미니스러운 디자인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엠블럼 대문짝만하게 시 골 남 자 조치원 (컨트리맨 JCW)이렇게 적혀있는거 보면 좀....이상하더라구요. 그리고 폰트도 COUNTRYMAN 이렇게 MAN만 약간 퍼진 글씨라서 잘보시면 뭔가 어색합니다.
거기에 일반 모델에서의 범퍼쪽 심플하지만 심심한 부분을 JCW의 스포티한 범퍼 디자인으로 커버해서 지금 봐도 매우 만족스러운 디자인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다음 세대 F 시리즈 미니는 너무 평범한 방향으로 갔다고 해야하나..특히 리어는 '나 BMW 차량이오' 라고 보여주는 느낌입니다... 가장 최근에 출시한 최신형 미니 컨트리맨은 이 세대의 후면 디자인을 각지게 다듬고 커져서 나름 미니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JCW 모델 신형도 실내디자인이 마음에들어서 구매를 고려했지만, 옆모습이나 앞모습은 너무 투박하고 미니의 이미지가 아니라 BMW의 이미지가 너무 많이 들어가고, 역시나 감가되는 게 너무 아까워서 포기했습니다.
최근 BMW 그룹 디자인 임원진 대규모 변동이 있었고, 이번에 새로 부임한 미니 수석 디자이너는 지금의 미니는 미니가 아니다라는 의견을 주기 때문에 R 세대의 귀엽고 악동 같은 미니의 이미지를 다시 만들어주길 바라며, 그 차가 출시될 때까지 저는 이 녀석으로 버틸 것 같네요.
실내에서의 드라마틱한 변화는 크게 느끼지 못하였습니다. 기존의 클럽맨에서 크게 다른건 없고 비부(화면)이 생겼고 구세대에서는 센터페시아에 창문조작 버튼들이 있었는데 모두 신형 미니들처럼 문쪽으로 옮겨졌습니다.
근데....저 센터페시아.....너무귀엽지 않나요? ㅠㅠㅠㅠ 미키마우스같이 ㅠㅠㅠㅠ
다른차량들은 빨간색으로 디테일 막 넣어둔거 많은데 완전 검정색에 하이글로시 검정색 디테일이 차량을 중후하고 깔끔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흰색이나 베이지를 안좋아해서 차라리 더 좋다. 라는 생각이 드네요.
200키로정도 떨어진곳에서 차량을 인수해서 오는길에 주유할때 한장 찍어보았습니다.
주유를 마치고 한 15분동안 블루투스 설정하고 의자 맞추고 사진 찍고 네비 설정하고 이것저것하고 집으로 오는길....
저 올해 영주권 받았거든요?
2015년에 독일어 한마디도 할줄 모르고 이땅에와서 외국인 취급받으며 한국이 어디냐 중국인이냐? 개먹냐 이런소리 들어가면서 성공하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독일어 배워서 대학에가서 공부하고 가족도 친지도 없는 이땅에서 열심히 살아가려 혼자 노력하고 다행히 좋은 친구들도 만나서 재미있게 다니고 코로나걸려서 오도가도 못하다가 졸업하고 이젠 남들이 부러워하는 회사에도 들어갔어요.
10년 전에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저는 꼭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다짐하며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그 꿈을 딱 독일에서 처음 가본 자동차 박물관이 있는 이곳에서 이룬 지금, 제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차를 소유하면서 이 글을 보배드림에 적게 될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을까요? ㅋㅋ 인생 참 신기합니다.
차량을 인수하러 가서 금액 협상은 15,500유로 (2,300만원)까지 협의했습니다. 같은 가격에 딜러에게 사면 차량 정비도 다 해주고 게런티까지 주는데, 우리는 개인 대 개인이니까 해당 금액으로 해주시는게 어떨까요? 라고 했더니 쿨하게 '그래유' 하시길래 제가 당황... 300만원 정도를 쿨하게 할인해주셨습니다.
그리고 들어와서 커피 한잔하면서 계약서 써유, 들어와서 앉아봐유 이러는데 들어가 보니 와이프 분과 10대 딸이 있었는데, 둘이서 동시에 "너 한국사람이야? 어머 반가워요!!!! 우리가 케이팝을 엄청 좋아하는데!!! 조만간 블랙핑크 콘서트도 보러 가고 나 너 인스타그램 찾아낼 거야. 조만간 연락해요." 하면서 여러가지 한국 이야기하면서 아주 즐겁게 계약서 작성하고 차량 인수해서 가져왔습니다.
집으로 오는길에 차에 앉아서 생각에 잠깁니다. 지난 10년이 아련하게 지나가고, 10년 전 차별당하던 내 모습과 학생 때 꿈꾸던 차 안에서 유창한 독일어로 이야기하고 한국의 위상이 바뀐 지금의 상황이 비현실적이면서도 아련하더군요....
중고차라도 인증해야지 사고 안 나니까 늘 인증했고,
앞으로 조심히 타고 다니면서 다음 10년에는 무슨 일이 있을지 기대해보는 날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
타국살이가 쉽진 않겠지만, 즐겁고 행복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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