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다니는 좋소입니다.
말 그대로 좋소입니다.
원래는 잘나가는 중견기업이었고, 전국 7대 기업에 들어갈 뻔 하였으나, 지금 사장이 재작년에 취임하고 나서 회사가 망해가고 있습니다.
지금 사장의 만행은 말로 하면 끝이 없습니다. 술먹고 지각하기 예사고, 출장가면 처먹기 바쁘고, 갑자기 멀쩡한 사장실을 회사 홍보관으로 만들면서, 최고 매출이 높던 판매점에 사장실을 옮기더니, 사장실에 마누라 책상까지 놓더라고요. 아마도 결재는 마누라가 하나 봅니다.
멀쩡하던 회사가 지금 사장이 취임하자 마자 적자가 나기 시작하더니, 지금 적자가 어마어마하게 쌓여있고, 대출은 땡길대로 땡겨서 더이상 돈나올 곳도 없다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사장은 골프에 출장 핑계로 마누라랑 해외여행을 작년에만 열댓번을 가더라고요.
근데 갑자기 아침에 전직원을 모으더니 신제품을 개발했다면서 기계설비를 유압프레스로 바꿔야 된다는 겁니다. 시설 교체비가 회사에서 감당 하기 어려울 정도지요. 사실 유압프레스 시제품은 호주 기술자가 와서 검토하다가 사업성이 없다고 짐싸서 나간 후로 접을 줄 알았는데 갑자기 사장이 황학동 '액 터지요'라는 회사 신제품이 좋다고 침을 튀기면서 연설을 하길래 모두들 벙쩌서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전 담타(담배타임)에서 내막이 흘러나왔습니다. 전무랑 비서실 미스김이 짝짜궁하고 옛날 삼성 다니던 황학동 복덕방 김씨를 꼬셔서 가짜 회사 만들고, 카다로그 만들어서 대박친다고 옆에서 부추기니 병신 사장이 '내가 옛날에 말이야 황학동 시장 국밥집에서~~'로 58분 동안 썰을 풀더니 결재를 했다지 뭡니까?
더 대박인건 전무랑 비서실은 이 사장이 5년은 해먹을 줄 알고 야금 야금 빼먹을려고 그랬는데, 1년을 못버틸 것 같으니 사장 짤리기 전해 왕창 해먹자고 하면서 대놓고 슈킹을 한다지 뭡니까? 그니까 총무과에서는 다른 회사에서 부러워하던 약 자판기 사업을 매물로 내놓자고 하고 경쟁사에서 접대 받았다는 소문이 돌고, 물류과에서는 통근버스랑 구내식당을 외주로 주자면서 벌써 업체까지 지들끼리 정해놨다고 하더라고요.
지금 회사는 못 빼먹으면 병신인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슈킹 올림픽이 열린것 처럼 너도 나도 빼먹기 시합이 벌어지고 있네요. 옆에 라이벌 좋밥 회사는 폐수 유출 사고로 망하기 직전이었다가 우리 회사 삽질하는 기회를 틈타 살아 남아서 오히려 우리 회사를 통채로 잡아 먹을려 하고 있고요.
이 와중에도 회사 한 번 살려보겠다고 감사실 명과장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있는데, 감사실 직원 몇 명이 과장을 검찰에 고발했다나 뭐라나.. 한숨만 나옵니다.
근데 왜 회사를 아직 다니냐고요? 첫 입사한 직장인데 어쩝니까 나라도 붙들고 있어야지요.
답답해서 하소연만 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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