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 지하철에 타는데 조그만한 여자가 후다닥 뒤에서 튀어나와 내가 앉으려고
자세잡고 허리 숙이던 문옆 자리에 앉습니다(그 틈사이를 비집고 말이죠)
무슨 초딩인가 싶어 면상을 들여다보니 주름살 짜르르한 줌마입니다.
'아 미친년이구나'
그 인간의 팔을 약간 밀치며 "왜 새치기 하세요"하니
'왜 몸만져요'하면서 정색을 합니다.
실랑이가 몇번 오가니, 경찰신고한다고 하면서 여기저기 전화돌리는 시늉을 합니다. 겁주려나 봅니다.
시늉만 하지말고 경찰 부르라고 계속 다그치니
난감한 표정을 짓다가 10분정도 여기저기 전화하는 척하더니,
어떤 역에서 같이 내려 진짜로 경찰이 옵니다. 남1여1경찰이 왔습니다.
내가 침을 튀기며 경위 설명을 하는데 같이 딸려온 여경이 내내 아니꼬운 눈초리로 내 면상에 레이저를 쏘고 있습니다.
(그 분께 이미 난 성범죄자 확정입니다)
말을 열심히 하다가 마스크가 스스르 조금 내려가니
기다렸다는 듯이 그 여경이 '마스크 똑바로 쓰시라고요' 한마디 합니다.
퍼뜩 고쳐씁니다.
남경이 이런 상황이라고 무조건 남자 잘못으로 몰아가진 않는다며 위로(?)를 해주는데
둘다 신분증/연락처를 받고 사진을 찍어가는데
나는 마스크 벗고 찍고, 그 여자는 마스크 쓴채로 사진 찍어갑니다.
내가 억울하다고 계속 얘기하니 그 줌마가 '아 바쁜데 그냥 용서해 주까~'하면서 지 혼자 개쌉소리를 한마디 합니다.
경찰 신고하면 무고죄로 고소하겠다고 눈을 부라리며 한마디 해주니, 지 출근 중이라 바쁘다며 새로 들어오는
지하철을 타고 먼저 갑니다.
저는 그 다음 차를 타고 출근했습니다.
(솔직히 자책하는 부분은, 기분은 더럽더라도 까짓것 그냥 옆차가서 앉으면 되는데 그날따라 기분이 안좋았는지
발끈해서 일을 키운게 아쉽습니다.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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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기분상해죄 피해자가 통계상 대부분 여자이다보니 여경이 항상 출동합니다.
제 case는 저 줌마 자체가 띨띨한 유형이라 별일이 없었지만,
앞서 쓰신분 case는 좀 질이 나쁜것 같습니다.
쌍방이 서로 '만진' 수준이 아니라 둘다 서로 '밀친' 상황, 그런데 하필 CCTV는 남자한테 불리한 영상만
남은 상황이면, 남자가 아주 불리하므로,
억울해도 사과를 전제로 고소/합의금 취하하는 방향으로 가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한쪽 말만 듣고 일방적인 피해자로 간주하고 외부카메라 녹화본을 제때 확보 안한 경찰 문제가 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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