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먹었던 매운고추의 발효 때문인지, 새벽부터 속이 좋지않다.
배가 아파서 눈을뜨고는 비몽사몽 변기를 찾아야만 했다.
큰일을 본 다음엔 씻어야 하는 습관 때문에 완전히 잠이깨고는 두어시간을 침대에 누워 흘려 보낸다.
그러다, 다시한번 변기를 찾아 지난밤의 흔적들을 온전하게 내 보낸다.
오늘 일정으로 가는도중 서너사람을 만나 인사를 건낸다음, 군산의 인철이와 소주한잔 할 계획이다.
출발이다.
아, 허전하니 토스트 하나만 먹고갈까?
날씨가 너무나 더워서 낮에 걸어서 구경을 한다는건 위험한 일이 되 버렸다.
최대한 걸음을 줄이는 현명함이 필요한 시간인데…..
속이 아릿해 온다.
한시간전에 먹었던 토스트가 몸에서 나가려고 바둥거린다.
내가, 그렇게나 싫은거니?
참을성이 좋으니, 한번 참아볼 요량인데, 한번씩 휘몰아치는 통증은 항복을 받아낸다.
그리그리 운전하다가, 오래전 노숙하던 곳이 생각난다.
그곳엔 화장실도 있으니, 해결하고 갈 생각이다.
주차하고 급하게 달려가지만, 세상이 그다지 호락하지 않다.
화장실 문은 닫혀있고, 햇살은 더더욱 따스하다.
약간의 짜증을 날려보려 바다 사진이나 몇장 찍어보고는 인적없는 오래된 정자끝에 앉아본다.
잠깐의 여유를 즐기라는듯, 통증은 사라지고 없다.
웅장한 배기음의 오토바이 두대가 주차장으로 들어온다.
마치, 영화속 남여 주인공같은 엄청난 젊은 커플이 오토바이를 주차하고 걸어온다.
뭐하고 표현할까?
그래, 영화배우 뺨칠만큼 멋진 선남선녀다.
곁눈으로 그 멋짐을 흘깃 보고있는데, 인사를 건낸다.
“안녕하세요?”
오른손 검지를 오른쪽 귀를향해 서너번 흔들고는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똥간 검색이나 해볼 생각인데, 귀를 집중하게 만드는 소리가 들려온다.
블루투스 이어폰을 귀에서 뺀다.
“누나, 다른병원 한번만 더 가보자.”
“승원아, 이제 그만하자.
미국에서도 포기한거, 혹시나 해서 들어온거 뿐이잖니?”
“그래도 누나, 기적이란게 있잖아!”
“그래, 지난주에 선생님이 그러시더라.
나을수 있는건 기적 뿐이라고…..”
“그러면 아빠한테 이야기하고, 아빠랑 같이 생각해 보자.
우리끼리 이러다가 아무것도 안되잖아!”
“승원아, 아빠한테는 아직은 말하지마!
부탁이야.
나, 아빠 힘든거 못봐!
부탁이야.
마지막까지……”
“누나…..”
“승원아, 너는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아빠가 뭐니?”
“하, 씨, 갑자기….
그건 누나 때문이잖아!”
“그래, 그럴수 있지~
그래도 넌 남자 아니니?
아버지라고 불러주면 아빠도 좋아 하실거야.”
“아~
싫다…..
누나……
누난, 겁 안나?“
”승원아~
우리, 엄마 돌아가실때 기억나지?
그때, 세상 끝난줄 알았잖아?
엄마한테 갈거라고 울고불고….
그때 아빠한테 처음으로 뺨 맞았었지?
엄마 잘 있을거라고, 아빠가 그랬었지?
우리, 어떠니?
한해두해 지나가는데, 엄마를 향한 애틋함이 없어진거 같니?
이젠, 너무 편하잖아?
너무 무서웠어.
너한테 안보였지만, 나, 많이 울었다~
그런데, 나 들어와서 엄마한테 가서부터 그런걱정 안해~
하….
엄마가 기다리고 있잖니?
승원아, 너두 언젠가는 엄마 생각하듯 날 생각할거야.
나두, 똑같아.
엄마랑 같이 너랑 아빠 지켜줄거야.
승원아, 아빠, 많이 힘들어 하실거야.
하루라도, 하루라도 더 아빠 웃는모습 보고싶어.
알겠니?“
키가, 180센티는 넘을듯한 건장한 사내가 무릅에 팔꿈치를 대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흐느낀다.
”내동생…..
널 위해서라면 내 심장이라도 줄수있어.
기꺼이…..
알겠니?
악마한테 영혼을 팔아서라도, 너랑 아빠 지킬거야.
내가, 엄마랑 같이……“
손바닥에 얼굴을 숨긴 남동생의 머릴 부드럽게 쓰담으며 꼭 안아준다.
그런순간 커다란 배기음의 오토바이 하나가 들어온다.
이전의 남매가 탄 오토바이 보다 엄청나게 무거워 보이는 오토바이다.
”아빠다~
뚝!
울지마~
아빠!”
헬멧을 벗자 검은 수염이 가득한, 영화배우 같은 멋진 사내가 보인다.
남매가 빠르게 달려가서 순간 거리가 생겨버렸다.
소리는 더이상 들리지 않는다.
사랑스런 딸이 아빠의 가슴에 안겨 한없이 흐느끼고 있다.
눈물이 멈추지 않아 자릴 일어날 수 없지만, 급하게 차로 돌아간다.
더워 땀이 흐르지만 시동을 켜지 못하도 문을 열고 앉았다.
“인석아, 오랜만에 아빠 보면서 왜 울어?
미국생활이 힘드니?”
“아냐, 아빠….
너무 보고 싶었어요.
아빠가….
너무 보고 싶었어요.”
두개의 엄지 손가락으로 눈물을 쓸어담고는 머릴 토닥이더니, 강한 목소리로 돌아선다.
“엄마한테 가자!
따라와!”
어쩌면 그도 울고 있지는 않을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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