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열 플래그십이 하이브리드 효율과 준럭셔리급 스타일·기술·존재감을 결합했다. 물론 패밀리카 본연의 역할도 놓치지 않았다.
텔루라이드는 저리 가라
1세대 팰리세이드는 전면부 디자인을 두고 방향을 좀처럼 정하지 못했다는 점만 빼면 별다른 흠이 없었다. 형제 모델인 기아 텔루라이드만큼은 아니었어도 데뷔작치고 크게 성공했고, 넓고 강력하며 고급스럽고 가족 친화적이었다. 현대차 SUV가 렉서스나 BMW 옆에 세워둬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던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시승차의 기본 사양에는 21인치 알로이휠, 듀얼 파노라마 선루프, LED 헤드·테일램프·주간주행등, 전동 폴딩·자동방현 사이드미러,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서라운드뷰 모니터, 자동개방 핸즈프리 스마트 테일게이트, 원격스마트주차보조, 나파가죽 시트, 앞좌석 열선·통풍, 얼고모션·메모리 운전석, 1·2열 릴랙세이션 시트, 2열 열선·통풍 전동 캡틴시트, 2열 수동 윈도 선셰이드, 전동 폴딩·슬라이딩 3열(아웃보드 열선 포함), 열선 스티어링휠, 3존 자동공조, 헤드업디스플레이, 12.3인치 계기판, 내비게이션 포함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보스 프리미엄 오디오, 무선 카플레이·안드로이드오토, 무선폰충전, 디지털키, 전후방 대시캠이 포함됐다.
시승차는 2026년형 팰리세이드 캘리그래피 AWD로 기본가 8,464만원(58,780달러)이었다. 옵션(바닥매트 35만원/245달러)과 목적지 배송비 230만원(1,600달러)을 더한 총 가격은 8,730만원(60,625달러)이었다. 직접 몰아본 결과, 이 3열 플래그십은 하이브리드 효율과 준럭셔리급 스타일·기술·존재감을 훌륭하게 결합하면서도 패밀리카로서의 핵심 임무는 놓치지 않았다.
외관·실내 디자인 9.75/10
2세대 팰리세이드는 완전변경 모델이다. 적층형 주간주행등·테일램프와 큼직한 유리 면적 등 이전 모델의 흔적이 살짝 남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한국형 레인지로버'라 불러도 양쪽 브랜드 모두에게 결례가 아닐 정도다. 최상위 캘리그래피 트림은 모든 걸 최대치로 끌어올려, 이전 팰리세이드보다도 한층 준럭셔리 영역에 확실히 안착했다. 각진 디자인에는 파워미터를 연상시키는 주간주행등·테일램프를 비롯해 사각형 요소가 많이 쓰였다.
텔루라이드와 확실히 구분되는 대담한 개성을 준 현대차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차체는 큼직한 펜더 주름과 로커패널 바로 위 도어 하단부를 제외하면 과한 곡선이나 조형은 피했다. D필러는 급격하게 기울어져 메탈릭 실버로 마감됐고, 존재감 있는 루프 스포일러가 포인트를 더한다. 실버 루프레일이 D필러로 우아하게 이어지는 디테일도 팰리세이드의 통일감 있는 디자인에 힘을 보탠다. 캘리그래피 트림의 큼직한 21인치 터빈 휠은 인상적이며 상급 느낌을 완성하는 데 한몫한다.
외관도 훌륭하지만, 팰리세이드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 부분은 역시 캐빈이다. 요즘 이런 느낌의 실내는 찾아보기 어렵다. 모든 부품, 모든 기능, 모든 소재가 세심하게 선택되고 다듬어진 듯하다. 대시보드를 따라 이어지는 둥근 형태, 알약 모양의 통풍구와 센터 대시 조작부, 둥근 도어핸들과 그 주변 윤곽이 어우러진 단색 도어카드, 캡슐 형태의 센터콘솔까지 모든 게 고급스러워 보이고 만졌을 때도 훌륭하다. SUV 실내로서는 놀라운 완성도이며, 이런 식으로 만드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신선한 방식으로 격을 한 단계 끌어올려, BMW·랜드로버·메르세데스, 심지어 볼보마저 디자인 면에서 다소 뒤처져 보이게 만든다. 넓게 펼쳐진 브라운 톤은 영국식 탠 컬러나 코냑에 가까운데, 색감이 아름답다. 도어 안쪽 디자인이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위아래로 단색이면 지루할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단순함을 넘어선 '순수한 간결함'이 디자인을 한 차원 끌어올렸다. 어떤 가격대와 비교해도 손꼽힐 만큼 인상적인 캐빈으로, 텔루라이드와도 확실히 구분되는 독자적인 개성을 지녔다.
인포테인먼트 및 기술 9.5/10
현대차의 인터페이스는 그래픽뿐 아니라 사용 편의성 면에서도 업계 최고 수준이다. 12.3인치 듀얼 스크린은 하나의 파노라마 프레임에 담겨 있는데, 주목할 부분은 배치 방식이다. 다른 현대차 모델을 포함해 이런 시스템 대부분은 대시보드에 임베드되기보다 그 위에 얹힌 형태다. 팰리세이드도 임베드 방식을 택했지만 방식이 새롭다. 대시보드 상하 레이어 사이에 끼워진 형태이며, 센터 인포테인먼트 화면은 운전자 쪽으로 살짝 기울어져 있어 보기도 조작하기도 편하다.
원격스마트주차보조(탑승 전이나 하차 후 좁은 주차공간으로 차를 움직일 수 있는 기능), 서라운드뷰 모니터, 전방주의경고(신호 대기 중 주의가 분산됐을 때 앞차 출발을 알려주는 기능), 헤드업디스플레이, 무선폰충전 데크, 디지털 룸미러(후방카메라 화면과 일반 거울 뷰를 전환 가능), 그리고 센터 암레스트 수납함을 닫으면 작은 물건을 살균해주는 UV-C 버튼까지 다양한 기능이 담겼다. 기본 안전 사양으로는 전방충돌방지보조, 차선유지보조, 차선추종보조, 후방교차충돌방지보조, 사각지대뷰모니터, 전후방·측방 주차거리경고, 후방주차충돌방지보조, 후석승객알림, 고속도로주행보조가 포함된다.
편안함·공간·실용성 8.75/10
신형 팰리세이드의 캐빈은 이미 훌륭했던 실내를 한층 개선했는데, 단순히 외관 문제만은 아니다. 1·2열의 편안함은 탁월하다. 시트 쿠션과 볼스터 밸런스가 좋고 나파가죽 시트도 고급스럽다. 운전석은 얼고모션으로 최적의 포지션을 잡아주며 마사지 기능도 있다. 1·2열은 다리 받침이 나오는 릴랙세이션 시트로, 열선·통풍 기능도 갖췄다. 3열도 열선 기능이 있는데, 업계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사양이다. 신형 팰리세이드는 2열 레그룸 1,092mm, 3열 레그룸 815mm로 이전 세대보다 약 1.3cm씩 늘었다. 3열도 전동 슬라이드·리클라인이 가능하다.
3열 레그룸·헤드룸은 키 큰 탑승자에게는 이상적이지 않지만 평균 체구라면 충분하다. 다만 2열 시트 아래에 3열 탑승자의 발을 넣을 공간이 없어 장거리 이동에는 적합하지 않다.
현대차는 공조·오디오처럼 가장 자주 쓰는 기능에 물리 조작부를 배치하는 데 탁월한 솜씨를 보였다. 센터스택에 깔끔하게 정리돼 있고 작동감도 좋다. 시인성 좋게 배치했고, 공조 패널의 터치 조작부도 큰 온도 다이얼과 디지털 디스플레이 사이에 잘 배치돼 있다. 기어노브와 시동버튼은 센터콘솔 푸시버튼 방식에서 크게 바뀐 부분으로, 공간은 절약되지만 적응이 좀 필요하다.
다행히 이전 방식보다 반응이 빨라 3점 유턴 같은 조작이 훨씬 수월하다. 다만 D와 R 방향으로 돌리는 방향을 잘 기억해둬야 한다. 2열 시트의 슬라이드·폴딩 조작은 3가지 컨트롤이 관여해 다소 적응이 필요하다. 3열에 타려면 등받이 어깨 부분 버튼을 누르고 있어야 하고, 그러면 시트가 위로 앞으로 이동한다. 탑승 후에는 2열 시트 쿠션 옆의 원형 버튼을 눌러 시트를 제자리로 되돌려야 하고, 이후 리클라인·슬라이드 레버로 원래 위치로 복귀시켜야 한다.
적재공간은 3열 뒤 541L(19.1입방피트)이며, 3열을 접으면 1,311L(46.3입방피트), 2·3열을 모두 접으면 최대 2,455L(86.7입방피트)까지 늘어난다(2025년형 대비 각각 31L, 42L, 8L 증가). 캘리그래피 트림은 적재함 내 패널로 2·3열을 편리하게 접고 세울 수 있다.
주행 경험 8.75/10
2026년형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는 제 몫을 하는 파워트레인을 갖췄다. 2.5리터 터보 4기통 엔진에 듀얼모터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1.65kWh 배터리팩을 결합해 합산 329마력, 460Nm(339lb-ft)의 토크를 낸다. 3.5리터 V6의 287마력·353Nm(260lb-ft)보다 우수한 수치다. 회사의 eCVT 대신 패들시프트가 달린 일반 6단 자동변속기를 쓴다는 점도 이점이다. 그 결과 시속 96km 가속은 6초대 후반으로, 가솔린 버전보다 약 2초 빠르다. 사륜구동 모델 기준 연비는 도심 12.3km/L, 고속도로 12.8km/L, 복합 12.3km/L(각각 29/30/29mpg)다.
시승 기간 동안 복합 10.6km/L(25mpg)를 기록했는데, 이는 거의 스포츠 모드로만 주행했기 때문이다. 시스템은 잘 작동하지만 출발 시 스로틀 반응이 특별히 빠른 편은 아니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상당히 개선된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부드럽고 놀랄 만큼 조용해, 프리미엄한 느낌을 더한다. 바디롤이 꽤 있지만 코너에서도 균형감 있고 예측 가능하게 움직인다.
캘리그래피 트림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승차감이다. 매우 매끄럽고 조용하며 안정적이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기존 가솔린 버전보다 이 차에 훨씬 잘 어울리는데, 다만 신형 가솔린 팰리세이드는 아직 시승해보지 못했다. 짐작하기로는 만족감이 덜하고, 연비와 출력 모두 하이브리드만큼 좋지는 않을 것 같다.
총평 9/10
신형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특히 최상위 트림은 업계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모노코크 3열 SUV 중 하나다. 독특한 프리미엄 스타일링, 아름답게 꾸며진 캐빈, 현존하는 최고 수준의 기술과 조작계를 갖췄다. 일부 시트 조작이 다소 번거롭고 3열은 평균 이상 체구에게는 비좁지만, 팰리세이드 캘리그래피는 가격 대비 정말 많은 걸 담아내 8,640만원(6만 달러)이 상대적으로 합리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현대차(그리고 기아)가 업계에서 해내고 있는 것들을 따라올 곳은 없으며, 신뢰성이 의심스럽다면 훌륭한 보증 프로그램에 기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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