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최측근 특보, 공단 이사장 찾아가
이력서 내밀며 신임 전무 선임 요청
공단, 공모 거쳐 가장 높은 점수 받은
기존 전무 승인요청하자 대구시 '거부'
지자체의 위탁수수료 계속 받기 위해
결국 대구시가 밀던 인물 전무 선임
대구 검단공단 관리공단에서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구에서 가장 작은 산업단지관리공단인 검단관리공단에까지 대구시장 핵심 측근이 본인 추천 인사를 내리꽂으면서 잡음이 벌어져서다.
먼저 ‘산업단지 관리공단’의 성격부터 알아보자. 대구에는 크고 작은 12개의 산업단지가 있다. 산단 입주업체에 대한 지원 및 산단 운영 등을 하려면 관리기구가 필요해 이를 관리하는 기구를 만들었는데, 이게 관리공단이다. 현재 대구에는 6개의 관리공단이 있다.
관리공단은 입주기업들의 회비와 대구시로부터 위탁받은 업무를 하는 대가로 받는 수수료로 운영된다.
규모가 가장 큰 성서산업단지 관리공단 경우 업체 수도 많고, 대구시의 위탁 사업도 많아 대체로 대구시 국장급 출신 간부가 퇴직 후 전무이사로 일을 해왔다. 하지만 다른 관리공단들은 대구시 간섭이 없는 편이다.
규모가 가장 작은 검단 관리공단은 더욱 그랬다. 검단 관리공단은 대구시 6급 출신 인사가 사무국장을 맡았다가 5년 전 전무 직제를 만들어 대구시 3급 부이사관 출신이 전무를 맡았다. 전무에 대한 대우는 6개 관리공단 중 최하위 수준이다.
그런 검단 관리공단에 대구시가 공단 최고 기구인 이사회의 결정을 뒤집어엎게 하면서 전무이사에 대한 인사 압력을 행사했다.
공단 이사회와 임원추천위원회를 거쳐 승인 요청된 전무가 석연찮은 이유로 배척당하고, 대구시장 핵심 측근인 모 특보(내부적으로는 본부장)가 공단 이사장에게 천거한 인물이 우여곡절 끝에 전무로 발탁됐다. 이 인사는 9월 1일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관리공단은 대체로 사무국을 총괄하는 전무이사가 실질적으로 업무를 꾸려나간다.
검단 관리공단 직전 전무는 대구시 국장을 지낸 인사로 이 공단에 5년 전에 들어와 업무를 수행했다. 이 사람의 업무 능력을 높이 산 검단공단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진은 2회 연임을 시켰고, 그는 5년 동안 일하면서 공단의 위상을 크게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6월 임기가 끝나는 그에게 비상근인 공단 이사장도 그동안 ‘내년 내 임기가 끝날 때 같이 임기를 끝내자’라고 제안해, 이사들이나 관리공단 직원들도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런 검단 관리공단에 지난 4월 홍 시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특보가 이사장을 찾아왔다. 한 장의 이력서를 내민 그는 신임 전무로 이 인물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말이 ‘고려 요청’이지 사실상 통보였다.
이후 한달쯤 지나 대구시 관련 부서 과장과 팀장이 다시 찾아와 ‘특보의 요청 사항 수용’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리공단 직원들은 그 이전까지 대구시 간부가 업무상 필요할 경우 시청으로 호출하는 한이 있어도 관리공단을 찾아온 적이 없었다고 한다. 시청 중간 간부들도 이 사안을 성사시켜야 할 정도로 상부의 관심 사안이었다는 얘기다.
대구시가 관리공단의 임원인사권을 좌지우지할 권한은 어디에도 근거가 없다. 다만 관리공단 내부 규정상 이사회가 추천해 대구시 승인을 받는다는 명목상의 규정이 있을 뿐이다.
관리공단은 이사회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했으나 이사 대부분 대구시 요구에 승복할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대구시 요구를 무시할 수도 없어 관리공단은 이사회를 열어 결국 전무를 공모하기로 했다. 공모 결과 당시 전무, 특보 추천 인사, 기타 인물 등 3명이 응모해 이사진으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가 심층 면접을 했고, 만장일치로 당시 전무를 신임 전무로 결정해 대구시에 승인 요청했다.
검단공단 한 이사는 “대구시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에 이사들도 이왕이면 그 사람에 대해 점수를 잘 주려고 했으나 결격 사유가 너무 많아 부득이하게 당시 전무를 다시 추천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전무’라는 자리는 공단을 실무적으로 대표하고, 입주업체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은 물론, 기업인 간의 유대에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데 특보가 추천한 인물은 도저히 그럴 능력이 없어 보였다는 것.
다른 이사는 “출신 지역을 차별할 수는 없지만, 대구경북과는 연고가 전혀 없어 공단 발전에 기여할 가능성이 별로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라고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사들은 이로써 전무 선임 문제가 완전히 마무리된 줄 알았다. 그동안 이사회가 추천하면 형식상 승인 권한을 가진 대구시가 불허한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공단 운영에 관해 전권을 가진 이사회의 결정 사항을 대구시가 무시할 수는 없다는 기업인들의 자신감도 깔려 있었다.
그러나 대구시는 한 달여 동안 전무 승인을 해주지 않았다. 이유는 “민선 8기(홍준표 시장 체제)에서는 ‘산하기관 임원 3년 이상 근무 금지’ 조항을 적용한다”라는 것이었다.
이사장, 부이사장 등이 대구시 경제부시장을 찾아가 항의했지만, 대구시는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당시 전무는 지난 6월 말 퇴직할 수밖에 없었다.
7월 들어서도 대구시는 특보가 추천한 인물을 전무로 채용할 것을 꾸준히 요구했고, 결국 관리공단은 이사회를 열어 이 인물을 전무로 채용했다. 대구시로부터 공단 관리 위탁 업무를 하는 대가로 받는 연간 2억 원 정도의 위탁수수료 때문이었다.
이사회가 결정한 인물을 석연찮은 이유로 배척한다고 해도 당시 응모했던 후보자가 2명이면 다시 면접을 봐서 결정해야 하는데 대구시는 특정 인물을 채용하도록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부이사장들은 격하게 반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괸리공단 관계자는 “대구시장 특보가 추천한 인물은 면접 점수가 꼴찌였다”고 말했는데, 이에 대해 공단 이사장은 “공동 2위였다”라고 정정했다.
현재 검단공단 기업인들은 “기업인들이 기업 지원을 위해 가장 필요하다고 판단해 숙고 끝에 결정한 인물을 배척해버리고, 쥐꼬리만 한 위탁수수료를 빌미로 기업인들을 겁박하고 있다”라며 크게 분개하는 분위기이다.
한 기업인은 “관리공단은 대구시가 해야 할 업무를 대신해주고 있다. 우리에게 고마워해야 하는데 오히려 갑질을 한다. 이렇게 기업인 사기를 짓밟아 놓고 경제 회복을 주문하는 꼴이 진짜 못마땅하다”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스픽스대구는 특보의 해명을 듣기 위해 집무실과 부속실, 비서관실 등으로 연락해 기사 취지를 설명하고 피드백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이사장을 찾아가 만난 것으로 알려진 담당 과장은 “전무 채용과 관련해 이사장을 만난 적이 없다”라고 했다. 관리공단에 찾아가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하자 “우리 부서 업무가 관리공단에 대한 지휘 감독권이 있어서 얼마든지 찾아갈 수 있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 부서 과장이 전무 인사 압력설 이전에 관리공단을 찾아간 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출처 : 스픽스대구 SPEAKS(http://www.tkspeak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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