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드려 이 분이 내가 말한 M매니저님이야"
Z는 수줍은 듯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넨다.
L과 Z는 부부다
작은 까페를 운영중이다.
잘 될까? 의구심으로 시작한 까페였지만 뜻밖의 우연인지 행운인지
벅찰 정도로 손님이 많이 몰렸다.
남편 L은 이 넘치는 손님들을 어떻게 할지 고민 중이었다.
까페를 확장할까 이전할까 지점을 낼까 ...
설렘과 확신으로 가득 찬 이 '성공의 느낌'을 가진 채
이대로 시간을 보낼 수만은 없었다.
자리가 만석이라 손님을 더 이상 받을 수 없을 땐
자신의 그릇이 너무 작은 탓에 넘치는 돈 들을 다 담을 수 없는 거 같아
속이 탔다.
고심 끝에 분야의 전문가를 모시기로 한 것이다.
" 지적재산권을 먼저 챙기셔야 합니다. "
" 당장 상표출원부터 하고 지점을 낼 만한 장소도 알아보는 게 좋겠습니다. "
M은 단번에 대소완급을 정해 부부가 해야 할 일의 순서를 일목요연하게 답했다.
" 햐~ 역시 전문가는 다르시네요~!"
L은 꽉 막혀있던 야망의 배관이 드디어 뻥 뚫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M이 자신의 추상적 야망을 구체적으로 실현해 줄 수 있는 귀인임을 확신했다.
"상표는 그냥 예쁜 이름보다는 ... 도메인과 결합할 수 있도록 ... "
"그렇죠 도메인 선점이 우선이죠 ... "
M은 누가 봐도 업계 최고의 전문가였기 때문에
L과Z는 M을 절대적으로 믿고 따랐다.
날이 갈수록 부부에게 M의 비중은 점점 커져만 갔고
그때쯤
다른 것도 자라나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모르는 게 없으신 거 같아요 ㅎ "
Z는 L과 달리 지적이고 점잖은 M에게 존경심을 아낌없이 표했다.
"Z님은 행복하시겠네요 사업도 잘 되고 멋진 남편도 있어서 ㅎ 하하하 "
M은 일에서만 똑똑한 게 아니었다.
노련한 늙은 여우같이 선을 넘지 않으면서도 Z를 간봤다.
"아니에요 L쟤는 철없는 애 같아요 . 방귀나 뿡뿡 뀌고... 힘이 세길 하나... 쩝..."
"나니까 참고 사는 거죠"
Z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제대로 응수했다.
M이 원하는 답으로
-2주 후-
"Z씨 요즘 부부들은 어떻게 이혼하는 줄 알아요? ㅎ "
"어떻게 하는데요?"
"1. 아내가 바람이 난다."
"2. 아내가 일부러 외박을 하거나 새벽에 귀가한다"
"3. 그러면 남편이 욕하거나 폭력을 휘두른다. "
"4. 남편을 가정폭력으로 엮으면 게임 오버~"
"5. 남편은 감옥에 가고 새로운 커플 탄생~"
"하하하 진짜요? "
....
M과 Z는 아무 말 없이 서로를 응시한다.
이윽고 Z가 말한다.
"그렇게 할까요?"
- 3개월 후 -
" 알았지? 하나도 빠짐없이 모조리 녹음해 "
-N년 후-
"이러다 녹음파일 5백개 넘겠어. 계속해야돼? "
"응. 계속해 "
애초에 경찰에 제출할 목적이 아니었다.
경찰에 제출할 목적이라면 천 개가 넘는 파일이 왜 필요하단 말인가
그것도 굳이 성폭행을 연출한 성관계 소리까지 녹음하면서 말이다.
그들은 L이 절대 못 빠져나가고 ,
L이 평생 동안 찍소리 못 하고 죽을 때까지 침묵시킬 정도의 폭탄을 제조한 것이다.
"이거 봐, . . . 니 죄가 이만큼이야 "
믿었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천 개가 넘는 파일을 들이밀며 이런다면?
충격과 공포를 넘어 심장마비가 올 수도 있다.
"어떻게 니가..."
"나한테 이런 짓을 하다니" VS "그래 이게 다 니가 한 짓이야 "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정신을 차려서 생각할수록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그게 바로 '내가 한 짓'이기 때문이다.
" 세상에 알려지면 어떻게 될까?
조주빈처럼 될까?
아니 그보다 더 악마같은 놈이라며 죽어라 욕하겠지 "
답이 없다.
이번 생엔 답이 없어
"결심했다."
"마지막으로 엄마가 보고싶다. "
천 개가 넘는 파일 ... 이 어마어마하게 느껴지게하는 그 숫자만큼의 죄가 드러날까봐
L은 정녕 그들의 의도대로 죽는 순간 까지도 차마 침묵할 수 밖에 없게 될 것인가 ...
2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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