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때문에 넘어져 뇌신경 손상…7억원 달라”
A씨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제법 술을 많이 마셨습니다. 집으로 가는 버스 시간이 여유가 있자 A씨는 으레 그랬듯이 노래방에 가서 노래도 부르고 좀 쉬다 갈 생각으로 친구들과 함께 자리를 옮겼습니다.
A씨와 가장 친했던 B씨는 A씨가 제대로 걷는 것이 힘들어 보여 노래방으로 함께 가던 A씨의 팔짱을 껴 부축해 이동했습니다. 그렇게 지하에 있는 노래방 입구에 도착해서 함께 계단을 걸어 내려가던 중 둘은 갑자기 넘어졌습니다.
안타깝게도 A씨는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뇌출혈이 발생했고 뇌신경도 손상됐습니다. 반면 B씨는 가벼운 부상을 입은 정도에 그쳤습니다.
A씨가 앞으로 일을 하지 못하게 됨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와 향후 치료비, 간병비, 위자료 등 A씨의 손해를 계산해보니 7억원이 넘었습니다.
B씨는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 보험으로 친구의 손해를 그나마 보전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가입한 1억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게다가 B씨는 보험사와 보상 관련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게 됐습니다. 이때 B씨는 A씨가 먼저 중심을 잃고 쓰러지는 바람에 함께 쓰러지게 됐다고 진술했습니다.
만약 사실관계가 그렇다면 B씨에게 책임이 전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에 보험사는 배상액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A씨의 가족은 보험금 지급과는 관계없이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별도로 제기했습니다. 어차피 보험금이 나온다 해도 손해를 일부밖에 충당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손해배상 소송에서 B씨 때문에 A씨가 넘어진 것이라 인정할 수 없다는 재판부 판단에 따라 A씨는 패소했습니다. 결국 A씨는 아무런 손해배상도 받지 못했습니다.
관련해 한세영 법무법인 한앤율 변호사는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은 일상에서 일어난 여러 가지 사고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지만, 그 본질이 손해배상이기 때문에 사고 발생에 피해자가 기여한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소송상 타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리기 위해서는 그 타인에게 과실이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며 “이는 일상생활에서 발생한 사고라 하더라도 동일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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