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어떠시오? 검사의 논고와 판사의 (사형) 판결에 대해서 의견이 있거든 말들 해 보시오!”
군중은 괴괴했다. 사회자가 다시 다그쳤다.
“여러분, 어떠시오?”
이 대목에서 ‘옳소’와 함께 박수소리가 터져 나와야 될 듯싶었다. 그러나 아무도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30초는 지났을 듯 같았다. 그래도 아무도 나서지 않으니까 사회자가 다시 재촉했다.
“여러분 어떠시오!”
사회자의 재촉을 받고 맨 앞줄에 서 있던 깡마른 청년이 조그맣게 소리쳤다.
“좋소!”
그러면서 그는 손바닥을 두들겼다. 팔봉이 얼른 그를 봤다. 그는 하이칼라 머리를 하고 있었고, 와이셔츠 없이 검은 양복을 입고 있었다. 팔봉은 누가 좋다고 사형에 찬성하는가를 남의 일처럼 지켜보며 숫자를 헤아려 봤다.
그가 “좋소”하고 말문을 터 줘서 그런지 주위에 있던 40∼50명이 박수를 쳤다. 박수소리에 묻혀 “옳소!”하는 소리도 들렸다.
팔봉은 침착하게 또 생각했다.
‘500명 중에 50명이면 십분의 일이 찬성했는데도 나는 인민의 이름으로 죽는구나.’
팔봉은 하늘을 올려보았다. 역시 파랬다. 아름다웠다. 그는 기도했다. 깨끗하게 죽자고.
“미워하지 말자. 원망하지 말자. 탓하지 말자....깨끗하게 죽자”
어디선가 이런 소리가 들렸다.
“총탄도 아깝다. 때려 죽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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